고슴도치의 우아함(2009) - 왓챠피디아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영화화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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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지겹고 절망적인 일상 속에서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 '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이다. 아름답고 유쾌한 순간들을 연결한 듯한 소설이라 일상에 지쳐서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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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은 프랑스 작가 뮈리엘 바르베리의 소설이다. 아름답고 유쾌한 순간들을 연결한 듯한 소설이라 일상에 지쳐서 생각이란 걸 하고싶지 않은 순간에 읽어도 부담이 없다.
르네는 54세의 프랑스 아줌마, 최고급 아파트인 그르 넬 가 7번지의 수위이다. 곱사등이처럼 등이 굽어있고 오동통하고 젊었을 때부터 이미 노안이었던 그녀는 외형적으로 한 번도 아름다웠던 적이 없다(고 그녀는 생각한다).
가끔 드는 생각이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나 그들의 인생에 관해서 제대로 보거나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세상과 그 속의 인간들에 대한 환상이 마치 현실인 것처럼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르네와 같은 수위 아줌마라면? 수위 아줌마 도 펄펄 끓는 물이 아닌 85도씨의 녹차를 선호할 수 있고 비트겐슈타인이나 스피노자에 관한 책을 읽을 수 있다. 라틴어로 된 아이네이스를 읽으면서 디도의 유명한 대사인 vixi et quem dederat cursum Fortuna peregi (나는 살았고, 운명이 내린 길을 완수했네.)를 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내가 다니는 학교 건물에 계신 수위 아저씨가 그런 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만일 수위실에서 베르길리우스의 책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깜짝 놀랄 것이다. 그리고 묻겠지. "이 책, 아저씨가 보시는 책이에요? 이건 어떻게 읽게 되셨어요?" 학부생들이나 대학원생들에게는 묻지 않을 이 질문을 수위 아저씨에게는 아마 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어떤 사람의 학벌, 직업, 가정환경, 외모, 습관, 성격, 행동 등에 관한 범주가 있고 우리는 그 범주에 기대어 사람들을 평가한다. 평가뿐만 아니라, 그렇게 듣고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본다.
수위 아줌마가 대화 속에서 어떤 번뜩임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걸 자연스럽게 무시한다. 수위 아줌마의 전형에 그런 모습은 포함되어 있지 않으니까.
르네는 우리들의 그런 환상에 부합하는 전형적인 수위 아줌마의 모습을 가장하려고 노력한다. 사람들을 편하게 해 주기 위해서 르네는 일부러 맞춤법을 틀리고 하루 종일 텔레비전을 틀어놓고 가난한 사람이 먹을법한 음식 재료들을 사들고 들어온다. 고급 아파트의 주민들은 르네의 그런 모습을 보고 안도하며, 만족스럽게 눈살을 찌푸린다("쯧쯧, 수위 아줌마들은 다 저렇지 뭐. 저 정도는 참아줄 수 있어."). 누가 오만한 건지는 쉽게 알 수 있다.
르네는 텔레비전을 켜놓고 수위실 안쪽 방에 앉아 자두를 깨물며 훗설의 책을 읽고 레퀴엠을 듣는다. 르네는 스스로를 신들린 애였다고 말한다. 그녀는 고된 노동에 지쳐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는 외에 보살피는 데까지는 생각이 닿지 못했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그녀에게 이름을 지어주었지만 그녀의 이름을 부른 적은 거의 없었다. 집에서는 대화도 없었고 책도 없었고 웃음도 없었다. 르네는 학교에 가서야 비로소 이름을 불러주는 선생님의 목소리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안에 눈송이가 날리는 유리구슬을 손에 쥐고 바라보면서 아름다움이란 걸 알게 된다.
그녀는 세상에서 처음 만난 아름다움과 지식에 목말랐다. 그녀는 극심한 허기를 느꼈다. 르네는 외부적으로는 못생기고 무식한 수위 아줌마의 삶을 살면서 내부적으로는 도서관에 가서 읽을 수 있는 모든 책들을 빌려와 읽고 아름다운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을 추구하게 된다.
르네에게는 같은 아파트에서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마음은 진짜 귀족'인 친구 마누엘라도 있다. 그녀들은 수위실에서 마누엘라가 만든 과자를 먹고 차를 마시며 ' 제후들의 연회'를 즐긴다. 반면 현실의 귀부인들인 아파트의 주민들은 가정부들의 시급을 한 푼이라도 깎으려고 애쓰고 질투심 어린 눈으로 이웃들을 바라보며 천한 사람들을 경멸하는 천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다.
르네는 언어의 완벽성도 추구해서 맞춤법에 맞고 문학적으로 아름답고 정확한 말들을 구사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한다.
아파트 주민인 팔리에르 부인이 르네에게 쪽지를 보냈는데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미셸 부인, 오늘 오후에
당신이, 세탁 박스를 수령해 주시겠어요?
문제는 문법에 맞지 않는 쉼표의 사용 내지는 남용이 다. 르네는 참을 수 없이 분노한다. (나는 맞춤법이나 문장의 아름다움이 그렇게까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는 않는 이쪽 분야의 문외한이지만 르네의 분노는 재미있었다.)
르네는 이렇게 말한다.
유복한 삶의 혜택을 입는 자는, 아름다움에 대한 판단에서 엄격함을 지킬 의무가 있다는 것에는 타협의 여지가 없다. 인간의 재산인 언어와 그 언어의 사용, 그리고 사회 공동체의 형성은 신성한 것들이다. 그것들은 시간과 함께 진보하고 변화하고 잊히고 부활하고, 가끔 이 법칙의 위반이 더 큰 비옥함의 원천이 될지언정, 처음부터 성스러운 위업들에 장난과 변화의 권리를 주장하려면 일단 그것들에 완전한 복종을 신고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회의 선택받은 자들, 즉 가난한 사람들의 몫인 노예상태로부터 운명이 제외시켜 준 그들은, 언어의 훌륭함을 숭배하고 준수해야 하는 이중의 임무를 갖는다.
부자들에게는 아름다움의 의무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죽어 마땅하다.
-'고슴도치의 우아함, 아르테, 158쪽-
카쿠로 오주라는 일본인 사업가가 그 아파트에 새로 입 주하면서 르네의 삶은 전환점을 맞는다. 카쿠로 오주는 르네와 취향이 비슷하다. 음악, 영화 등 예술적인 아름 다움을 추구하며 맞춤법에 관한 고상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며 '안나 까레니나'를 좋아한다.
카쿠로가 처음 아파트에 온 날 아파트 주민인 로젠 부인은 르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것'에' 손봐주실 수 있어요?" (원래는 그것'을' 손봐주실 수 있어요?"인데 맞춤법에 맞지 않게 말하고 있다.)
그 순간 카쿠로와 르네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그걸 서로에게 들켜버렸다. 르네가 진짜 수위 아줌마의 전형에 해당하는 무식한 사람이었다면 로젠 부인의 맞춤법이 틀렸다는 것도 알지 못했을 텐데.
카쿠로는 르네가 평범한 수위 아줌마가 아니라는 걸 알아챈다.
르네는 카쿠로와의 대화 중에 한번 더 실수를 한다. 카쿠로가 들어올 아파트의 이전 주인들이 행복한 가정이었는지에 관해 이야기할 때 르네는 이렇게 말해버린다.
"아시다시피 모든 행복한 가정들은 서로 비슷하죠." 그랬더니 카쿠로가 이렇게 답한다.
그랬더니 카쿠로가 이렇게 답한다.
"그러나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저마다 다양하지요."
르네는 또다시 소스라친다.
르네가 무의식 중에 말한 것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었고 카쿠로는 그걸 알고 바로 그다음 문장을 인용해서 답했던 것이다.
그렇게 르네는 '정체'를 들키게 되고 카쿠로와 함께 저녁 식사도 하고 즐거운 대화를 나누게 된다.
카쿠로는 르네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사람이 하는 말을 그대로 들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르네를 친구로 대하고 그녀를 존중한다.
카쿠로는 거기에서 더 나아가 르네를 여자로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르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카쿠로와 함께할 때만큼 자기 자신의 본모습 그대로를 드러내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어본 적이 없었다.
카쿠로는 르네에게 자기의 생일에 저녁식사를 함께 해 달라고 초대한다. 그러나 르네는 카쿠로와 자신의 관계가 더 깊어지는 것을 깨닫고 물러나버린다. 르네에게는 자기보다 더 신분'이 높은, 다른 계층의 사람과 어울리면 벌을 받게 될 거라는 편견 내지는 상처가 있다.
르네의 언니 리제트는 보기 드물게 아름다웠다. 그녀는 어느 부자에게 농락당하고 임신한 몸으로 버려져 집으로 쓸쓸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아이를 낳다 죽었다.
어렸던 르네는 그때 깨달았다.
이 비극으로 나는 두 가지 확신을 얻었다. 즉, 위계적 질서에 배당된 기쁨과 고통 속에서 강자는 살고, 약자는 죽는다는 것. 그리고 리제트가 예쁘고 가난했던 것과 똑같이, 나는 영리하고 너무도 가난했기에 만일 내가 우리 계급을 멸시해서 내 정신으로부터 이익을 얻기를 원한다면 나 역시 똑같은 벌을 받으리라는 것. 결국, 나는 내 과거의 모습으로 계속 살아야 했기 때문에 나의 길은 비밀의 길인 것처럼 보였다.
즉, 나는 내가 과거에 어떠했었던가에 대해 입을 닫고, 다른 세계에 결코 섞여서는 안 되었다.
침묵하는 자는 그래서 숨어 사는 자가 되었다.
르네의 이런 생각이 작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한 창 젊을 나이에 이미 중년 부인의 분위기를 가졌다고 말할 정도의 못생긴 외모, 굽은 등, 뚱뚱함, 가난함, 낮은 학벌, 가진 게 없음, 무시받는 직업... 이런 것들은 현실에서는 당사자에게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친다. 당사자의 자존감에, 그리고 생각에
나는 초등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에게서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가슴이 나오는 걸 감추고 다니려고 이렇게 어깨가 굽었니?'
초등학교 3학년 때였고 성징이 나타나기 전으로 기억한다. 그런데도 선생님은 그런 무책임한 말을 툭 던져 놓고 가버린 거다. 나는 그때부터 내 어깨가 굽어서 보기 흉하다고 생각했고 남에게 내가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초등학교 3학년 때 1년간 매일 새벽에 등교했다. 거리에 아는 친구가 아무도 없어야 안심이 되었다. 아무도 내 등을 보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누가 볼세라 땅만 보면서 빠른 걸음으로 교실에 들어서곤 했다.
내가 내 어깨가 굽지 않았다는 것, 내 외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깨달은 건 중학교에 가서 전신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춰보고 꼼꼼하게 점검해 본 후의 일이었다.
물론 지금은 내 어깨가 굽었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냐고 할 정도로 자존감이 생겼지만, 그 당시에 그건 굉장히 큰 충격이었고 트라우마를 남겼다.
그래서 나는 르네가 이해가 간다. 평범한 사람들은 르네의 언니와 르네의 상황이 무슨 연관이 있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람은 언제나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두려워할만한 일에만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르네는 어쨌든 용기를 내어 카쿠로의 초대를 다시 받아들이기로 한다. 카쿠로는 르네의 비밀을 팔로마(르네의 12살짜리 친구로 아파트의 거주민이다. 르네, 카쿠로, 팔로마는 일종의 속물적이고 천한 세상에 맞선 '아름다움 추구의 동맹' 관계에 있는 친구들이다. 르네는 앞서 팔로마에게 언니의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에게서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카쿠로는 르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당신 언니가 아니에요. 우리는 친구가 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마저도 될 수 있어요."
그 말은 르네의 껍질을 깨어버린다.
그러나 르네의 비합리적인 미신이 맞았는지도. 르네는 바로 그다음 날 간질 발작을 일으킨 거지를 도우려다가 세탁소 차에 치여 죽음을 맞게 된다.
남겨진 팔로마와 카쿠로는 끔찍한 고통을 겪는다. 그들은 고통 속에서 아름다운 음악에 귀 기울인다. 카쿠로는 말한다. "나는 르네가 이 순간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해.
르네는 절망적이고 일상적인 속됨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항상 추구하고 거기에서 행복을 느꼈으니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특히 맞춤법이 맞는 아름다운 언어 구사에 관한 르네와 카쿠로, 팔로마의 열렬한 애호는 평소 나의 생각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에 더욱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감상적인 면도 많지만 주로 현실적인 사람이고 아름다움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다. 아름다움은 느낀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태도는 뭐랄까, 밥 안 굶는 게 아름다움보다 훨씬 중요한 문제라는 식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흔히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통한 권력의 확인에도 부정적이다. 예를 들어 맞춤법을 틀리거나 거칠고 조악한 말투이거나 글을 잘 못 쓰거나 아름답고 고상하게 치장하지 못하거나 비싼 옷, 비싼 음식, 비싼 취미에서 심미안을 갖고 있지 않다거나 하는 이유로 누군가를 경멸하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그런 수단으로 이용되는 아름다움이라면 개나 줘버려가 평소의 내 생각이다.
히틀러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털이 박박 깎이고 죄수복을 입고 짐승 대접을 받으면 대번에 사라질 그런 오만한 아름다움은 혐오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아름다움에 대한 내 관점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게도 아름다운에 대한 사랑이 있으며, 내가 경멸했던 그런 종류의 고상함이나 아름다움은 사실 진짜 아름다움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다른 사람을 무시하기 위해 사용되는 그런 수단은 결코 아름다움일 수가 없고 그런 것들을 아름다움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이 진짜 아름다움에 대한 나의 생각을 왜곡시켰다는 걸. 그리고 인간에게는 때로 밥보다 아름다움이 더 소중하다는 걸 내가 이미 알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또 하나 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활짝 열자는 생각. 우리가 타인에 대해 가진 편견 내지는 선입견은 사실 예기치 못한 일들의 발생을 줄이고, 최대한 정확한 판단을 통해 상황을 통제함으로써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이다. 뜨거운 커피가 든 컵에 손을 데인 적이 있는 사람은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그냥 컵만 봐도 뜨거울 거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그래서 손을 갖다 대지 않고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기제는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큰 장애가 된다. 우리는 우리 머릿속의 편견, 선입견, 지식, 범주에 의해 형성된 사람을 보고 그런 사람들이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말들을 듣는다. 나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카쿠로의 눈이 놀라웠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을 만날 때 앞으로는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나 스스로가 만들어낸 허상에 속지 않고 실제의 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게르트 공작부인 같은 수위 아줌마는 그런 점에서 흥미로운 소재였다.
출처: Brunch, 오렌지나무
마르크스주의(Marxismus)
마르크스주의는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에 의해 체계화된 사상으로, 사회를 계급 간의 관계와 투쟁으로 분석하는 혁명적 세계관입니다.
마르크스주의의 기본 개념과 핵심 이론
마르크스주의의 사상은 여러 핵심 이론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주요 개념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역사유물론 (Historical Materialism): 역사의 발전을 물질적 생산 활동과 경제적 조건에서 찾는 이론입니다.
- 마르크스주의는 물질적 조건(생산 방식 등)이 인간 의식이나 정신보다 앞서며 역사 발전의 토대를 이룬다고 봅니다.
- 사회의 경제적 기초(토대) 위에 정치·법·문화 등의 상부구조가 형성되며, 경제적 변화가 사회 전체의 변화를 이끈다고 설명합니다.
- 계급투쟁 (Class Struggle): 역사유물론에 따르면 역사 발전의 원동력은 계급 간의 투쟁입니다.
- 즉, 생산 수단을 소유한 지배계급과 노동을 제공하는 피지배계급 간의 갈등이 역사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입니다. 공산당 선언에서도 “지금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라고 밝히고 있듯이, 마르크스주의에서는 계급투쟁이 사회 변혁을 실현하는 현실적인 힘으로 간주됩니다.
- 잉여가치설 (Theory of Surplus Value): 마르크스의 경제학 이론으로, 자본주의 생산에서 노동자가 만들어낸 가치 중 임금으로 지급된 부분을 초과하는 잉여 가치를 자본가가 가져가는 착취 구조를 설명합니다.
- 자본가 계급은 노동자의 노동력을 사서 생산하고, 노동자가 창출한 가치 가운데 일부만 임금으로 지급한 뒤 나머지 잉여가치를 이윤으로 취합니다. 이처럼 생산은 사회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소유는 사적으로 이루어지는 모순이 발생하며, 이러한 모순이 계급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고 보았습니다.
- 자본주의 비판과 사회주의 혁명: 마르크스주의는 자본주의가 내부에 자기모순을 가지고 있어서 결국 붕괴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 앞서 언급한 생산과 소유의 모순(생산의 사회적 성격 vs 소유의 사적 성격)이 바로 그것입니다. 마르크스는 이 모순이 심화되어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함으로써 모순이 해결될 것이라 보았습니다.
- 즉, 노동계급이 계급투쟁을 통해 사적 소유를 부정하고 사회주의 사회를 수립하는 역사적 사명을 지닌다고 본 것입니다.
- 사회주의는 생산수단의 공동 소유와 계획 생산에 기반한 사회로, 이것이 발전하여 공산주의 단계에 이르면 계급과 국가가 소멸하고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한 만큼 분배받는” 완전한 해방 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이 마르크스주의 이론의 궁극적인 전망입니다.
- 앞서 언급한 생산과 소유의 모순(생산의 사회적 성격 vs 소유의 사적 성격)이 바로 그것입니다. 마르크스는 이 모순이 심화되어 자본주의가 위기에 처하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사적 소유를 폐지하고 생산수단을 사회화함으로써 모순이 해결될 것이라 보았습니다.
- 변증법적 유물론: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방법론은 변증법과 유물론의 결합으로 설명됩니다. 변증법은 사물과 사회가 모순을 통해 변화·발전한다는 논리로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헤겔의 변증법을 받아들여 자신들의 유물론에 적용했습니다.
- 이를 변증법적 유물론이라 부르며, 사회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과정으로 파악하고 그 변화를 추동하는 모순(예: 계급 간 대립)에 주목합니다. 이러한 변증법적 관점은 역사유물론의 토대가 되어 계급투쟁이 역사를 전진시킨다는 마르크스주의의 핵심 명제를 뒷받침합니다.
요컨대, 마르크스주의는 역사유물론적 관점에서 사회를 분석하고, 계급투쟁을 변화의 동력으로 보며, 잉여가치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착취 구조를 비판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모순을 혁명으로 극복하여 사회주의로 이행해야 한다는 정치적 전략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현대 정치·경제에서의 마르크스주의 적용과 해석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은 19세기 이후 현대의 정치·경제 여러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마르크스의 사상은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을 비롯하여 복지 정책, 급진 좌파 정당, 그리고 일부 국가의 이념 등에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되거나 해석되었습니다.
- 노동운동과 사회민주주의: 마르크스주의는 등장 이후 국제 노동운동과 사회주의 운동을 급진화하고 조직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19세기 중엽 유럽에서는 마르크스주의가 노동조합 결성이나 노동자 정치운동의 이념적 기반을 제공하여 노동계급의 연대를 강화했고, 제1인터내셔널 등의 노동자 국제조직을 통해 전 세계 노동운동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20세기 초에는 마르크스주의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등장하여, 의회 민주주의 내에서 점진적 개혁을 통해 복지국가를 건설하려는 노선을 발전시켰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사회민주당(SPD)은 마르크스주의를 이론적 뿌리로 삼았으나 점차 개혁 노선을 걸었고, 이는 오늘날 복지 자본주의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 복지국가 정책: 현대 복지국가의 형성에도 간접적으로 마르크스주의의 영향과 해석이 스며 있습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복지정책의 확산을 자본주의 국가들이 사회주의 혁명을 방지하고 노동계급의 불만을 완화하기 위한 대응으로 보기도 합니다.
- 실제로 독일의 비스마르크가 19세기 후반 사회보험을 도입한 것은 급진 사회주의 세력을 무력화하려는 목적이 컸습니다.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복지제도를 자본주의 내부의 산물로 해석하는데, 복지가 등장하려면 먼저 노동계급의 성장과 조직된 노동운동의 투쟁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해야 한다는 개념 자체가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현실화된 것이며, 복지국가는 노동계급이 자본가계급과 싸워 얻어낸 타협의 산물이라는 것입니다.
- 따라서 많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노동자의 삶을 개선하는 복지 확충 요구를 적극 지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지국가가 근본적인 체제 모순을 해소하지 못한 부분적 개선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복지가 자본주의를 유지하는 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견해).
- 급진 좌파 정당과 운동: 오늘날까지 세계 각국에는 마르크스주의 이념을 계승하거나 영향을 받은 급진 좌파 정당들이 존재합니다. 유럽을 비롯한 여러 민주국가에서 공산당이나 사회주의 정당들이 마르크스주의를 공식 이념으로 내세우거나 이론적 지침으로 삼고 있습니다.
- 예를 들어 그리스 공산당(KKE)이나 인도 공산당 (마르크스주의파) 등은 전통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 노선을 따르는 정당이며, 프랑스의 좌파연합이나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등 새로운 좌파 운동에도 마르크스주의적 색채가 일부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급진 좌파 세력은 신자유주의와 불평등에 맞서 반자본주의를 표방하거나 노동계급의 이익 대변을 내세우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구 민주국가들의 경우 이러한 정당은 대개 소수파에 머물러 있으며, 현실 정치에서는 사회민주주의적인 개혁 주장과 혼합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 현존 사회주의 국가들의 이념: 마르크스주의는 한때 세계 여러 공산주의 국가들의 공식 이념이었으며, 현재도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이념으로 남아 있습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으로 탄생한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많은 국가들은 한때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지도이념으로 삼아 계획경제와 일당독재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비록 소련 및 동구권은1989~1991년경 붕괴하였지만, 중국, 베트남, 쿠바 등은 여전히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헌법이나 당 규약에 명시하고 있습니다.
- 예컨대 중국 공산당은 1921년 창당 이래 당헌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당의 지도이념으로 명시해 왔고, 이를 자국 현실에 맞게 변용한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등을 발전시켜 오늘날까지 통치이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 다만 중국이나 베트남 등은 시장경제 요소를 도입하여 초기의 순수한 마르크스주의 모델과는 거리가 있는 혼합경제 체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들은 공식적으로는 마르크스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국가자본주의 또는 권위주의적 통치로 나아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 학술·문화적 영향: 현대에 마르크스주의는 단순히 정당이나 혁명운동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과학 이론과 문화비평의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에서는 마르크스 경제학이 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예: 경제위기, 불평등)을 분석하는 대안 경제학파로 남아 있고, 사회학·정치학에서는 신마르크스주의 이론들이 종종 자본주의 사회의 계급관계와 국가 역할을 분석하는 데 응용됩니다. 또한 비판이론이나 문화연구 분야에서 마르크스주의는 대중문화,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등을 분석하는 이론적 도구로 쓰이며, 페미니즘·환경운동 등과 결합한 다양한 파생 이론들도 존재합니다.
- 이를 통해 마르크스주의는 현대 사회의 여러 문제(예: 노동 착취, 식민주의, 인종 차별 등)를 해석하는 하나의 틀로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주요 비판
마르크스주의는 그 혁명성 만큼이나 많은 비판과 논쟁의 대상이 되어 왔습니다. 비판은 경제적 측면, 철학적 측면, 정치적 측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제기되었습니다. 주요 비판점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제적 측면의 비판
- 노동가치설의 한계: 주류 경제학자들은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에 기반한 잉여가치 이론이 가치의 주관적 요인(소비자의 효용이나 수요)을 무시한 지나치게 객관론적 가치 이론이라고 비판합니다.
- 한계효용 혁명 이후 경제학에서는 상품의 가치는 노동투입량보다는 소비자가 느끼는 효용과 희소성에 따라 결정된다고 보기 때문에, 마르크스가 주장한 “노동만이 가치의 원천”이라는 명제는 현실의 가격 변동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지적입니다. 또한 마르크스가 예측한 자본주의의 자동적 붕괴(이윤율 저하로 인한 위기 등)도 20세기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보아 틀렸다고 보는 경제학자들이 많습니다.
- 자본주의는 마르크스 예상과 달리 임금 상승과 기술혁신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위기를 부분적으로 극복하면서 지속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 경제 계산 문제: 사회주의 계획경제에 대한 경제학적 비판으로 합리적 자원 배분의 어려움, 이른바 “경제 계산 문제”가 자주 거론됩니다. 오스트리아 학파 경제학자 루트비히 폰 미제스 등 비평가들은 시장 가격 메커니즘 없이 중앙계획만으로 경제를 운영하면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 미제스는 1920년 논문에서 “사회주의 공동체에서는 합리적 경제활동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는데, 그 이유는 국가가 모든 생산수단을 소유하는 체제에서는 자본재에 대한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않으므로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지 계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 실제로 20세기 후반 동구권 사회주의 경제가 경직성과 비효율로 어려움을 겪은 사례는 이러한 주장의 실례로 종종 인용됩니다. 경제적 비판자들은 자유 시장의 가격이야말로 자원 배분을 조정하는 정보신호인데, 마르크스주의에는 이를 대체할 현실적 메커니즘이 부족했다고 지적합니다.
철학적 측면의 비판
- 경제 결정론 및 환원주의 비판: 마르크스주의는 사회 현상을 경제적 토대와 그에 따른 계급관계로 설명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에 대해 환원주의라는 비판이 있습니다. 비판자들은 마르크스주의가 복잡한 인간 사회를 경제 하나의 요인으로 환원하여 설명함으로써 문화나 정치, 개인의 의지 같은 요인의 자율성을 간과한다고 주장합니다.
- 예컨대 “마르크스주의는 만사를 경제로 환원한다”는 비판은, 계급이나 생산관계 외에 성별, 인종, 종교 등의 다양한 사회 갈등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이 유물론적 결정론에 빠져 인간의 자유의지와 주체적 역할을 축소시킨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 실존주의 철학자 장-폴 사르트르는 “마르크스주의의 유물론은 실증주의를 가장한 형이상학에 불과하고, 변증법은 인간의 자유를 부정하는 논리이며, 유물변증법은 혁명의 신화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가 인간을 구조의 산물로만 보고 능동적 존재로서의 면모를 간과한다는 철학적 비판을 잘 보여줍니다.
- 과학성에 대한 논쟁: 마르크스는 자신의 사회이론을 “과학적 사회주의”로 불렀으나, 그 과학적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특히 과학철학자 카를 포퍼(Karl Popper)는 마르크스주의가 반증 불가능한 예언들로 이루어진 “유사과학(pseudoscience)”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 포퍼에 따르면, 진정한 과학이 되려면 경험적으로 틀림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하는데,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어떤 반증 사례가 나타나도 이론을 수정하여 포괄해 버리기 때문에 반증될 수 없는 폐쇄된 체계가 된다는 것입니다.
- 예를 들어 마르크스는 선진 자본주의 사회에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후진국에서 혁명이 일어나자, 그 추종자들은 식민지 반봉건 사회에서도 프롤레타리아 혁명이 가능하다는 보완 가설을 내놓았습니다. 이러한 식으로 예측이 빗나가도 이론을 버리지 않고 끝없이 수정하여 맞춰나가는 태도는, 포퍼의 기준에서 볼 때 과학이라기보다 점성술과 같은 유사과학의 태도와 닮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비판은 마르크스주의의 역사법칙에 대한 신념이 자칫 경직된 교조로 흐를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정치적 측면의 비판
- 전체주의와 인권 문제: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비판은 20세기 현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체주의적 통치와 인권 침해 문제에서 나옵니다. 러시아 혁명 이후 수립된 소련이나 동유럽 공산권, 마오쩌둥 시기의 중국, 북한 등 마르크스-레닌주의를 표방한 국가들에서 벌어진 대규모 숙청, 억압정치, 경제 실패 등은 마르크스주의 실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비판자들은 이들 국가에서 일당독재와 개인 숭배, 언론·표현의 자유 억압 등이 나타난 것을 두고 마르크스주의 이념 자체가 자유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려운 권위주의적 성향을 내포한다고 주장합니다.
- 특히 스탈린 시대 소련의 강제수용소(Gulag)나 대기근, 캄보디아 크메르루주 정권의 학살 등은 마르크스주의 혁명이 낳은 비극으로 흔히 언급됩니다. 이런 역사적 경험 때문에 “마르크스주의는 좋은 이론일지 몰라도 실제로 실행하면 자유를 억압하고 비참한 결과를 낳았다”는 회의론이 널리 퍼졌습니다.
- 한편 마르크스주의 진영 내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한 반성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구소련의 경직된 당 독재를 비판한 유고슬라비아의 자율관리 사회주의 실험이나, 서유럽 공산당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며 변화를 모색한 유로コミュニズム(Eurocommunism) 등이 그런 사례입니다.
- 민주주의에 대한 입장: 정치적 비판의 또 다른 축은 마르크스주의가 자유민주주의 제도를 경시하거나 무시한다는 점입니다. 마르크스는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형식적 민주주의로 보고 프롤레타리아 독재(노동계급의 국가)를 옹호했는데, 이는 다원적 민주주의보다는 일시적 권력 독점을 정당화할 위험이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 실제로 레닌은 혁명 직후 의회 해산과 일당체제 수립을 강행했고, 이러한 레닌주의 노선은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폭력 혁명과 당 독재를 용인함으로써 민주주의와 충돌했습니다. 이에 대해 마르크스주의와 같은 사회주의를 지향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시하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 러시아 혁명 당시 멘셰비키와 서유럽의 사회민주세력은 볼셰비키의 폭력혁명 노선을 전체주의적 일탈로 간주했고, 훗날 서방 좌파 일부는 소련 등 공산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민주적 사회주의를 강조했습니다. 요컨대, “마르크스주의는 민주주의와 양립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자유선거·다당제 등의 부재를 보인 현실 공산권의 경험에 근거한 대표적 정치적 비판입니다.
이상과 같이 마르크스주의는 경제적으로는 이론의 현실 적합성, 철학적으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한 관점, 정치적으로는 현실 구현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두고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 왔습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마르크스주의 진영도 내부 논쟁과 이론 발전을 통해 응답해왔으며, 21세기 오늘날에도 마르크스주의를 옹호·재해석하려는 움직임과 그것을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이 계속 공존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마르크스주의 수용과 영향
한국에서는 분단과 냉전 상황 속에서 마르크스주의가 특수한 역사를 겪었습니다. 해방 이후 북한은 사회주의 체제를 채택한 반면, 남한은 반공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면서 마르크스주의의 연구나 활용이 오랫동안 억압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민주화 운동과 노동운동, 학계를 통해 마르크스주의 사상이 유입되어 일정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 정치운동 측면: 남한에서 본격적으로 마르크스주의가 운동권에 수용된 것은 1980년대에 들어와서였습니다. 군사독재 시기에는 공산주의 서적 소지나 연구가 엄격히 금지되었으나, 1980년대 민주화 바람 속에 대학가 학생운동권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주의 서적이 비밀리에 읽히고 학습되었습니다. 1980년대 초반까지도 『자본론』이나 『공산당 선언』 등이 금서였지만, 학생들은 필사를 통해 공부하거나 일본어판을 입수해 공부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상을 탐구했습니다.
- 1980년대 중후반이 되면 이른바 NL(민족해방)계, PD(민중민주)계로 불리는 운동권 분파가 형성되는데, 이 중 PD계열이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기초한 과학적 사회주의 노선을 표방하여 이념투쟁을 전개했습니다. 예컨대 1988년 결성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강령”을 채택하며 조직원들의 사상적 정체성을 사회주의 혁명 노선으로 확립하려 했습니다.
- 이러한 지하조직 활동은 곧 공안당국의 탄압을 받았지만, 19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까지 대학생·청년 운동권 사이에 마르크스주의는 강한 영향력을 미쳤습니다. 노회찬, 심상정 등 훗날 진보정당을 이끈 인물들도 이 시기 마르크스주의 서클 활동을 통해 사상의 세례를 받았습니다.
- 1990년대 이후 합법정치 무대에서는 민주노동당(2000년 창당)을 비롯한 좌파 정당들이 등장하여 일부 마르크스주의 노선을 수용한 강령을 내걸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주류 정치에서 마르크스주의 자체가 공개적으로 표방되는 일은 드물었으며, 진보정당들도 주로 복지 확대나 노동권 강화 등 현실 개혁 의제로 활동하였습니다. (남한에서는 국가보안법 등 제약으로 혁명적 사회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 노동운동 측면: 한국의 노동운동에서도 마르크스주의의 영향은 부분적으로 찾아볼 수 있습니다.
- 1987년 6월 민주항쟁 직후 터져 나온 7·8·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수많은 민주노조가 설립되었는데, 이때 노동현장으로 진출한 학생운동 출신 활동가들이 마르크스주의적 노동해방 이념을 전파하기도 했습니다.
- 1990년대 초 결성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일부 가맹산별노조 지도부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성향을 보였고, 1980년대 후반~90년대 초에는 노동자 교양을 위한 소책자나 교육 자료에 마르크스주의 계급의식 고취 내용이 담기기도 했습니다.
- 앞서 언급한 인민노련은 인천 지역 노동현장에서 사회주의 혁명을 준비한 조직으로서, 노동운동과 마르크스주의의 결합을 보여준 사례였습니다. 다만 한국 노동운동 전반이 마르크스주의 노선으로 움직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노동조합 운동은 주로 현실적 임금·근로조건 개선 투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노동자 계급”, “착취” 등의 개념을 통해 노동운동 담론에 계급의식과 연대 의식을 불어넣은 데에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이 기여한 바가 있습니다.
- 요약하면, 한국 노동운동에 마르크스주의는 이념적 배경으로 영향을 주었으나, 노조 조직이 공개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을 지향하지는 않는 미묘한 상태로 존재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학계와 출판 측면: 한국 학계에서 마르크스주의 연구는 오랫동안 제약을 받다가 1980년대 이후에야 활기를 띠게 됩니다. 군사정권 시기인 1970년대까지 마르크스 관련 서적은 금서였고, 학술 연구도 제한적이었습니다.
- 변화는 1980년대 초반에 찾아옵니다. 1981년 전두환 정부의 문교부가 “다른 이념을 스스로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자”며 이데올로기 교육을 일부 허용하자, 1982년부터 문화공보부가 마르크스주의 연구서들의 출판을 공식 허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마르크스주의 고전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커졌고, 1987년에는 군사정권의 검열 완화와 함께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이 속속 번역 출판되었습니다.
- 특히 1987년에는 국내 최초로 자본론 전 3권의 완역본(김수행 교수 번역)이 출판되었는데, 이는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비록 당시에는 출판사 사장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풀려나는 일도 있었지만, 곧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번역은 정평이 나서 학계의 표준본으로 인정받았습니다.
- 1989년 무렵부터는 대학에 “이데올로기론”, “마르크스주의 철학” 등의 강좌가 신설되어 학생들의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정치경제학, 사회구성체 논쟁 등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활용한 연구가 80년대 후반~90년대에 활발했고, 이진경(박태호) 등의 연구자가 마르크스주의를 한국 사회 이론에 적용한 저술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반인 대상 교양서나 대학 출판을 통해 마르크스 철학, 역사유물론을 소개하는 작업도 진행되었습니다.
- 한국 학계에서 마르크스주의는 늦게 꽃을 피웠지만, 경제학·사회학·철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지며 하나의 학문 경향으로 자리잡았습니다.
- 북한의 경우: 북한은 1948년 정권 수립 이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공식 이념으로 채택하고 소련식 사회주의 체제를 구축했으나, 1960년대 이후 주체사상을 내세우며 마르크스주의의 비중을 축소시켰습니다. 특히 1972년 개헌 때 헌법 전문의 국가지도이념을 ‘마르크스-레닌주의’에서 ‘주체사상’으로 대체하였고, 이후 북한에서는 마르크스주의는 형식적으로만 언급될 뿐 사실상 이념적 역할을 상실하게 됩니다. 1980년대 후반에는 북한 당국이 대학생들의 마르크스·레닌 원전 개별 열람을 금지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1990년대 초반에는 공식적으로 “북한이 마르크스주의를 포기했다”는 것이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이는 소련 붕괴 이후 이념적 변화의 일환으로 이해되며, 현재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내세우고 있어 전통적인 마르크스주의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요컨대, 한반도 북쪽에서는 한때 마르크스주의가 국가 건설에 영향을 주었으나, 결국 토착화된 주체 이념으로 대체되어 그 직접적 영향력은 희미해졌습니다.
정리하면, 한국 사회에서의 마르크스주의는 남북 분단 상황 속에 서로 다른 궤적을 보였습니다. 남한에서는 오랜 탄압 끝에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비로소 학습되고 활용되기 시작하여 학생운동, 노동운동, 학술연구 등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북한에서는 초기에 국가 이념으로 채택되었으나 점차 변용·축소되었습니다. 비록 대한민국의 주류 담론에서 마르크스주의가 전면에 드러나는 경우는 드물지만, 사회운동의 이념적 토양과 비판적 학술 연구의 한 흐름으로서 마르크스주의는 일정한 역할을 해왔고, 오늘날에도 사회 불평등·노동 문제를 논의할 때 여전히 참조되는 사상적 유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참고자료: 마르크스와 엥겔스 『공산당 선언』, 『자본론』; Encyclopaedia Britannica의 마르크스주의 해설; 장석준, 왜 마르크스가 옳았는가 관련 서평; 마르크스 21 웹진의 관련 기사; 위키백과 <마르크스주의> 항목; 연합뉴스 등 언론 보도.








































































































p.s. 한 사람의 생각 없는 말 한 마디가 한 사람의 평생의 트라우마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또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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