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품질이 사람의 품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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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공감 : 나에게 든든한 정책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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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티│관계 맺는 게 어려워…
│멘토│관계의 품질이 사람의 품질
Q:회사 일은 괜찮습니다. 근데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일이 어렵습니다. 외둥이로 자랐고 혼자 시간 보내는 데 익숙한 제게 많은 사람들과 같이 일하고, 같이 밥을 먹고, 누군가와 소통하는 게 힘듭니다. 혼자 있고 싶은데 억지로라도 이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나요?
A:요즘 그런 얘기 많이 듣습니다. 대화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로 하고, 사람보다 기계와 얘기하는 걸 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같이 어울려 노는 것보다는 뭐든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혼술, 혼밥에 심지어 여행도 혼자 하는 걸 선호한다고 하네요. 저도 혼자 노는 걸 좋아하기에 일정 부분 이해도 합니다. 하지만 사회적 인간인 우리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고 살 수 있을까요? 혼자 직장 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다른 사람의 도움도 받지 않고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그런 관계에 대한 얘기를 해보지요.
관계의 어원은 ‘서로 참조한다’
관계란 무엇인가? 사람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사람들 사이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내 주변 사람이 곧 나일 수 있다. 그 사람과 관계 맺는 사람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관계 맺는 사람이 내게 영향을 주고, 나 또한 그들에게 영향을 준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성장할 수도, 망가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관계란 무엇인가? 관계는 영어로 ‘relation’이다. 어원은 re latum이란 라틴어다. ‘서로 참조한다’라는 의미가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 관계란 것이다. 한자로 ‘關係’는 빗장 관(關)에 이을 계(係)다. 열쇠로 잠그면 관계가 닫히고, 열쇠로 열면 관계도 열린다는 뜻이다. 관계를 열쇠에 비유한 것이 절묘하다. 닫는 것도 여는 것도 열쇠를 가진 나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다.
계는 부모 자식처럼 피로 이어진 관계를 뜻한다. 피로 이어진 관계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주어진 관계를 뜻한다. 부모 자식, 형제간 같은 관계다. 나머지 관계는 후천적으로 맺는 관계다. 부부가 그렇고 친구, 동료, 이웃도 그렇다.
그럼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관계, 서로에게 긍정적 자극을 주는 관계, 서로를 발전시키는 관계, 서로의 강점을 빛나게 하고 단점을 보완해주는 관계, 내게 필요한 것을 그가 채워주고 그의 부족한 것을 내가 채워주는 관계,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해주고 내가 깨닫지 못한 걸 깨닫게 하는 관계가 좋은 관계 아닐까?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사귀어봐야 한다. 만나자마자 그냥 사귀는 것이 아니라 몇 번 만나보고 교제를 허락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그 사람의 인품과 학문을 겪어본 뒤 본격적인 관계 맺기를 하는 것이다. 이를 허교(許交)라고 한다. 말 그대로 교제를 허락한다는 의미다.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게 하는 사람
삶의 품질이 관계의 품질이다. 자연도 그렇다. 미국 요세미티국립공원에는 갑자기 쓰러져 죽은 거대한 세쿼이아나무가 있다. 번개를 맞은 것도, 벌레가 먹은 것도, 해충에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다. 1606년부터 있던 73m짜리 (400년 이상 됨) 나무가 어떻게 갑자기 쓰러져 죽을 수 있을까? 바로 관계 때문이다. 세쿼이아나무는 무리를 지어 산다. 세쿼이아는 키 큰 나무이긴 하지만 뿌리가 얕아 서로가 서로의 뿌리를 감아서 그 거대한 몸을 지탱해야 한다.
하지만 쓰러진 세쿼이아나무는 삼림 개척으로 인해 다른 세쿼이아나무들과 떨어져 혼자 있었다. 게다가 이 나무를 보기 위해 찾은 수많은 관광객이 나무뿌리를 상하게 했다. 그러면서 나무는 서서히 죽어갔다. 인간도 그렇다. 주변과 관계가 나빠지면 세쿼이아나무처럼 서서히 죽어갈 수 있다. 우리는 주변과 두터운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은 관계로부터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한다. 그게 인간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초년생들은 일보다 관계를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귀하게 큰 사람들이 층층이 있는 상사, 낯선 동료들 사이에서 매일 부대끼며 뭔가 목표를 향해 같이 일을 하는 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 하는지 멀뚱히 봐야 하는지, 상대가 던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는지,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았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기 싫은 회식 요청을 거절해도 되는지…. 하지만 이들과 관계를 맺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으면서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확실한 건 좋은 관계를 맺어야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란 책에 이런 얘기가 있다. 결혼을 결심한 여인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그녀가 이런 답을 했다. “그 사람과 함께 살면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고의 답변이다. 나를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관계야말로 최고의 관계다. 현재 여러분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인간은 홀로 서 있고, 관계를 맺으며 나아간다
인간은 독립적인 개체로 태어나지만,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성장한다. 완전한 고립도, 완전한 의존도 아닌 ‘균형 잡힌 삶’이 중요하다.
인간은 근본적으로 홀로 존재한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개별적인 존재이며,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 즉, 홀로 서는 능력(Self-Reliance)이 필수적이다.
철학적 관점
1) 사르트르(Jean-Paul Sartre)의 실존주의
-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Existence precedes essence)."
-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고정된 본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만들어 간다.
- 즉, 인간은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틀에서 벗어나, 스스로 책임지는 존재여야 한다.
- 타인과 관계를 맺더라도, 타인에게 종속되지 않고 온전한 ‘나’로 존재하는 것이 중요하다.
- 타인의 시선에 의해 존재가 규정되는 것을 '타인의 시선(Look of the Other)'이라 부르며,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는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스스로를 정의해야 한다고 본다.
2)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개별적 실존(Dasein)’
- 인간은 ‘세상 속 존재(In-der-Welt-sein)’이며, 삶 속에서 자기만의 존재 의미를 찾아야 한다.
- 하지만 궁극적으로 인간은 죽음을 향한 존재(Sein-zum-Tode)이기에, 삶의 의미를 타인이 아닌 자신 스스로 발견해야 한다.
- 즉, 우리는 타인과 관계를 맺지만, 궁극적으로 혼자 존재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타인의 기대나 사회적 역할에 의해 자신의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을 비본래적 존재(inauthentic existence)라 하고, 이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것이 본래적 존재(authentic existence)의 길이다.
심리학적 관점
3)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의 ‘자유와 고독’
- 인간은 기본적으로 고독한 존재이며, 이를 직면하는 것이 중요하다.
-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피하기 위해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사회적 규범에 순응하지만, 이는 진정한 자아를 형성하는 데 방해가 된다.
- 성숙한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확립한 상태에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
- 사랑 역시 소유하려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4) 자기 결정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 Deci & Ryan)
- 인간의 심리적 건강을 위해서는 세 가지 요소가 충족되어야 한다.
- 자율성(Autonomy) –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삶
- 유능성(Competence) –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발전하는 과정
- 관계성(Relatedness) – 의미 있는 인간관계 속에서 연결감을 느끼는 것
- 자율성이 없는 관계는 불안정하고 의존적이 되어 심리적 불균형을 초래한다.
하지만 인간은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의미를 찾는다.
인간은 단독으로 살아갈 수 없으며, 타인과 연결되면서 존재의 의미를 확장한다.
사회학적 관점
5)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사회적 동물’ 개념
- "인간은 본성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Zoon Politikon)."
-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며,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할 때 행복을 찾을 수 있다.
- 혼자 살아가는 것이 인간 본연의 상태가 아니며, 사회적 관계 속에서 미덕(virtue)을 쌓고, 도덕적으로 성숙해야 한다.
6) 조지 허버트 미드(George Herbert Mead)의 상징적 상호작용론
- 자아는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 우리는 사회적 거울(Social Mirror)을 통해 자신을 인식하며,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아 정체성을 형성한다.
- 즉, 인간은 홀로 존재하지만,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발견한다.
심리학적 관점
7) 보울비(John Bowlby)의 애착이론
- 인간은 관계를 통해 정서적 안정과 심리적 건강을 유지한다.
- 특히, 어린 시절의 애착(Attachment) 관계는 성인이 된 후의 대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친다.
- 건강한 애착을 형성한 사람은 자율적이면서도 안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8)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의 개인심리학
-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며, 개인의 목표는 사회 속에서 의미를 찾는 데 있다.
- 고립된 개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기여와 협력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 그러나,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
홀로서기와 관계 맺기의 균형이 중요하다.
진정한 자립이란 고립이 아니라, 관계 속에서 스스로 중심을 잡는 과정이다.
홀로서지 못하는 자만 계속 혼자다.
- 자신의 내면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관계에서 소외되기 쉽다.
- 반대로, 자립적인 사람은 관계를 필요에 의해 맺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선택한다.
사람은 소유할 수 없는 존재다.
- 사람과의 관계는 그 순간의 연결에 의미가 있을 뿐, 영원히 소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불교의 ‘무상(無常)’ 개념처럼, 관계도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변화한다.
<관계 속에서 독립적 존재로 살아가기>
인간은 홀로 서 있어야만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고, 관계 속에서 성장해야만 온전한 자립이 가능하다.
진정한 홀로서기란 타인과 단절된 고립이 아니라, 스스로 중심을 잡고 관계를 맺어나가는 과정이다. 완전한 독립도, 완전한 의존도 아닌 ‘균형 잡힌 삶’이 중요하다.

















































































































































































































p.s. 한자로 '關係'는 빗장 관(關)에 이을 계(係)다. 열쇠로 잠그면 관계가 닫히고, 열쇠로 열면 관계도 열린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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